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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grapher’s Note 작가노트

'The white shade in backyard'

이건영

‘흰 그늘진 마당’에서 보여 지는 공간은 인간이 어떤 목적에 의해 사용하다 버려진 공간이다. 본래 자연이었던 이 공간은 그렇게 폐기 처분되어 이름 지을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이렇게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가 뒤엉키는 공간이 되었으며, 버려졌으나 본래의 자연이 다시 교접하고 생성하는 공간인 것이다.

본인은 ‘흰 그늘’이라는 시적표현으로서 작업에 대해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로 어두운 그림자가 아닌 밝은 어둠인 그늘에 ‘흰’이 붙음으로써 사진 속 공간들에 단순히 인간에 의해 버려지고 폐기처분되어진 공간, 혹은 혼돈의 공간이 아닌 다시 소생하고 생성하는 공간임을 의미하고 있다.

둘째로 ‘마당’의 의미는 지척에 있는 빈 공간을 의미하며 동시에 탈춤에서 사용하는 한 마당, 한 마당처럼 파편화된 시간성에 대해 중첩적 의미로 마당이라는 시공간적 단어를 사용하였다.

본인은 이러한 공간을 마주하는 행위를 통해 상처 입은 자연의 얼굴들을 보여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 폐허 위로 다시 회귀하는 자연이 함께 존재하는 이중의 공간을 보여줌으로 자연의 멈추지 않는 생명력, 즉 문명으로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다시 생명을 일깨우는 자연의 자기 순환적 생성력을 드러내는 생성의 공간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전시서문

폐기된 공간 혹은 마음의 공간

김진영 (예술비평. 철학아카데미)

이건영의 사진들은 공간을 보여준다. 그 공간들은 이름 없는 공간들이다. 그 이름 없음은 그 공간이 처음부터 이름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녔던 이름을 언제부터인가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공간들의 이름이 없는 건 다만 지녔던 이름을 상실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름 없음은 그 공간들이 아직은 무어라고 분명하게 명명할 수 없는 모종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건영의 프레임 공간 안에 들어있는 여러 공간들은 모두가 과정의 공간 -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혹은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경계 공간들이다. 그렇다면 이 과정의 공간들, 경계의 공간들은 그 이름이 무엇일까? 그 공간의 이름 찾기를 통해서 이건영의 사진들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건영의 사진이 보여주는 건 모두가 버려진 공간들이다. 그의 사진 공간 안에는 예전에는 그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그 용도를 잃어버리고 목적을 상실해 버린, 그래서 사람들이 떠나버리고 남아 있는 버려진 공간들이다. 흰 소금들이 생산되었으나 지금은 키 큰 잡초들만 바람에 흔들리는 옛 염전터, 한때는 시끄러운 운동장이었으나 놀던 아이들이 모두 떠나버린 옛 학교터, 본래는 고기들의 놀이장이였으나 지금은 댐으로 수량이 모두 방수되어 햇빛 아래 지면이 되어버린 옛 호수터 등등, 이건영이 렌즈로 포착하는 공간들은 모두가 폐기된 공간들이다. 그리고 이 폐기된 공간들의 이미지를 응시하면서 우리가 무엇보다 먼저 받아들이게 되는 건, 뉴 토포그래픽스의 사진들이 그러하듯, 인간의 목적에 의해 개발되어 사용되었다가 그 목적이 다한 뒤에 폐허로 남겨진 자연의 모습들, 즉 자연 위에 가해지는 이기적 문명의 자연 파괴이다. 그런 점에서 이건영의 폐기된 공간들은 상처 입은 자연의 얼굴들이다.

하지만 이건영의 사진들이 폐허가 된 공간들 보여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만 자연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기적 문명에 대한 비판만은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사진 안에 포착된 그 폐기된 공간들은 헐벗은 폐허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위에서 모종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키 큰 조명등들만 외롭게 서있는 버려진 주차장이든, 불법 폐차장으로 변해버린 산골짜기 계곡이든, 골프공들만 군데군데 구르는 메마른 땅이든, 이건영의 어두운 폐허 공간 안에는 자연의 상처 입은 얼굴만이 아니라 그 상처의 바닥 위에서 자라나고 있는 또 다른 자연의 얼굴이 함께 들어 있다. 염전터의 키 큰 풀들이 그렇고 지면이 된 수중면 위에서 싹트는 잡초들이 그렇고 전신주 주변으로 벌써 무성이 웃자란 나무들이 그렇다. 말하자면 이건영의 사진 공간은 한편으로는 파괴당한 자연의 얼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폐허 위로 다시 회귀하는 자연이 함께 존재하는 이중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이중의 공간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자연의 멈추지 않는 생명력, 즉 문명으로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그 상처를 허파 삼아 다시 생명을 일깨우는 자연의 자기 순환적 생성력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이건영의 폐기된 공간들은 폐허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생성의 공간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공간이 있다. 어쩌면 이건영으로 하여금 도시 외곽으로 또 지방의 어느 지역으로 폐허의 공간을 찾아다니게 만들었던 정작의 이유일 수도 있는 그 공간은 그러나 사진 이미지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공간, 말하자면 심미적 공간이다. 이 공간은 폐허의 공간과 생성의 공간이 겹쳐지는 곳 혹은 그 두 공간의 겹침이 심미적으로 보는 이에게 연상케 하는 제 3의 어느 장소이다. 그 특별한 장소는 문명이라는 이름으로도, 자연이라는 이름으로도 명명할 수 없는 이름 없는 공간, 말하자면 아토피아적 공간이다. 이건영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다니는 어느 곳, 보는 이에게 공간의 이중화를 통해서 보여주고자 하는 제 3의 공간이 그 어떤 이름으로도 명명할 수 없는 아토피아적 공간이라면 이 공간은 어디일까? 혹시 그곳은 그 자신이 찾아다니고 또 도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공간은 아닐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 공간이 수없이 많은 정보들로 해체되고 범람하는 욕망들에게 점령당한 혼돈의 공간이라면 이건영의 경우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또한 어느 날 그 어떤 우연한 계기가 있어 빼앗긴 마음의 공간을 기억했을 것이고, 그곳을 다시 찾고 싶었을 것이며, 그래서 폐허와 생성이 공존하는 이름 없는 공간을 프레임 안에 담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건영의 폐기된 공간들은 그 자신만이 알고 있는 내밀한 마음의 공간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자기만이 알고 있는 특별한 공간을 마음 안에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가 이건영의 폐기된 공간들 앞에서 잠깐 걸음을 멈춘다면, 그 또한 그 폐허 속 생성의 공간들이 우리들을 저마다의 마음 공간으로 데려가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약력

이 건 영 李建英

학력
2010 홍익 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2007 경일 대학교사진영상학과 졸업

개인전
2014 흰 그늘진 마당, 송은 아트큐브, 서울, 한국
2011 PHOTO BELT Exhibition, Gallerie PICI, 서울, 한국
2009 흰 그늘진 마당,Gallery IS,서울, 한국

그룹전
2014‘바깥 / 풍경’, SPACE22, 서울, 한국
2013 역대 사진비평상 수상자전‘이어지다’, 토포하우스, 서울, 한국
2012 대구사진비엔날레, 도시의 비밀전, 대구예술발전소, 대구, 한국
2012 동강국제사진제, 거리설치전, 여섯번째 전시영월의 재발견, 강원도, 한국
2012 사진비평상 수상전, 아르토갤러리, 대구, 한국
2012 사진비평상 수상전, 갤러리이앙, 서울, 한국
2010 'Endless Challenge’ Young Artist Exhibition, GaGa Gallery, 서울, 한국
2010 ‘Zam’, 장흥아트센터, 경기도, 한국
2008 Post & Photo The 6th, Topohaus, 서울, 한국
2007 Post & Photo The 5th, Topohaus, 서울,한국

수상
201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 지원 사업, 공모 선정, 한국
사진창작 순천 레지던스 입주작가, 순천, 한국
2013 송은아트큐브 전시지원 작가선정, 송은문화재단, 한국
2012 제13회 사진 비평상 작가선정, 포토스페이스, 한국
2011 PHOTO BELT 작가선정, 한국판화사진진흥협회,한국